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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07/11 00:48

2020년 6월 이야기 사는 이야기

적어도 한달이 지나면 정리하는 글을 쓰려고 했는데, 역시나 열흘이 지나서야 힘겹게 컴퓨터 앞에 앉았다.
요즘엔 집에서 컴퓨터를 켜는 행위를 그다지 좋아하지 않기 때문인데, 그래서 가볍게 이용할 수 있는 랩탑을 회사에서 가져왔다. 맥북은 바로 열고 지문을 찍으면 사용할 수 있는 상태가 되니 정말 편하다. 애플이 돈을 잘 버는 이유겠지.

어제 그러니까 7월 9일 밤에 슬픈 소식이 전해졌다. 저녁 무렵부터 전해진 소식에 긴장을 하며 잠들었건만, 새벽 세시에 일어나 휴대폰을 열어보니, 자주 가는 커뮤니티 사이트에 온통 슬픈 글들이 가득했다. 
박원순 서울 시장님이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고 한다.
아.. 또... 소중한 한분이 내 곁을 떠나는구나.

하루동안 가라앉은 마음으로 이런저런 생각을 정리해보았다.
그분의 업적이야 구구절절 내가 말할 수 있는 수준이 아니고, 찾아보면 다 나올테니 언급하지 않겠지만,
삶의 무게가 얼마나 컸을까. 살아있다면 세상이 온통 시끄러울 사건의 당사자로 사는게 얼마나 참담하고 주위 사람들에게 미안했을까....
착하고 정직한 사람은 작은 티끌에도 스스로를 자책하며 괴로워한다는데, 이분도 역시 그런 사람이구나.

성추행 고소건이 들어왔다고 한다. 많은 사람들이 궁금해 하니 결국 시간이 지나면 밝혀질 일이라고 생각한다.
그 사건이 크건 작건 어쨌든 본인에게는 커다란 짐이 되었을거다. 그리고 본인의 문제보다 가까이 있는 사람들에게 피해를 줄 수 있을거라는 미안함이 더 컸을 것 같다. 착한 사람이니까...
고 노회찬 의원도 제대로 처리하지 않은 정치 후원금으로 오랫동안 시달림을 받다가 극단적인 선택을 했다.
그때의 충격만큼 어제의 충격도 컸다.
돌아가신 분들의 그날이 자꾸만 생각난다. 내가 철부지 시절이었지만 김광석님, 노무현 대통령님, 신해철님, 노회찬님, 박원순 시장님.
그분들이 계속 살아있었다면, 그래도 내 삶, 그리고 우리 이웃의 삶이 좀더 밝지 않았을까... 많이 안타깝고 슬프다.

다섯살 해민이와 도란도란 얘기할 때면 돌아가신 우리 아버지를 추억하게 된다.
"해민아 아빠가 해민이 만할때 할아버지가 퇴근하고 집에 오시면 고모랑 아빠가 할아버지 배를 통통통 치면서 놀았단다."
"해민아 할아버지는 좋은 분이셨어. 아빠는 할아버지한테 혼난 기억이 없거든. 공부를 안해서 시험을 못봐도 선생님은 혼냈지만 할아버지는 혼내지 않으셨지."
"할아버지는 필요한게 있다고 말하면 최대한 사주려고 했단다. 그리고 주말에는 뚝딱뚝딱 수원 할머니 집을 고치는 일을 하셨지. 손재주가 좋으셨거든."
"아빠는 마당에서 할아버지가 문에 창호지를 붙이고, 대문 페인트 칠을 하고, 나무 가구에 니스 칠을 하는 걸 지켜보는 걸 좋아했어."

오늘은 아버지의 기일이었다. 형들이 바빠 못와서 엄마와 큰누나가 준비해준 제삿상으로 나 혼자 제사를 지냈는데, 그래서 그런지 아빠 생각이 더 많이 났다. 지금 제사를 지내는 마루 그 장소에서 아빠는 신문을 보시거나, 다른 아저씨들과 고스톱을 치시거나, 때론 큰형과 바둑을 두었었다.

40년이 넘은 수원 집에는 아직도 아빠의 손때가 많이 묻어있다. 집이 오래되고 낡아서 불편하지만, 엄마가 이 집에 계속 살고 계신 이유도 아빠의 흔적을 놓고 싶지 않아서 일거다, 엄마는 아빠를 겉으로는 썩 좋아하시진 않았지만 우리 오남매를 낳아서 키우신 걸 보면, 함께 계신 동안에는 더없이 좋은 친구고 부부였을 거다. 포기하지 않으시고 다섯째 막내인 나까지 낳아주셔서 얼마나 고마운지 모른다.

나이 40이 넘으면 미래에 대한 두렴움. 그리고 죽음에 대한 생각도 하게 된다. 살아갈 날이 살아온 날보다 짧은 확률이 높아지니까.
그리고 몸도 예전같지 않음을 느끼고, 새로운 친구를 사귄다는 것은 거의 불가능해지고 가진 친구들이 떠나는 것을 보며 이들을 추억하며 살게 된다.

그래서 가만히 멍하니 있으면 즐거움보다 슬픔을 느낄 때가 많다.
참 밝은 성격을 가진 사람인데, 죽음 앞에 서면 나도 슬픈 사람인거다.
죽음을 즐겁게 받아들일 수 있는 사람은 아무도 없다. 내색을 안할 뿐.

결혼 하고 엄마와 떨어져 살면서 혼자 살게 되신 엄마와 매일 저녁 10시 전후로 전화 통화를 하는데, 특별한 얘기를 주고 받지는 않는다. 엄마는 늘 그렇듯 내일 날씨가 어떨꺼라며 조심하라고 말씀하시고, 회사 다녀와서 피곤할 거라며 일찍 쉬라고 말씀하신다. 그리고 해민이 얼른 재우라고도 얘기하고, 며느리 힘들겠다며 많이 도와주라고도 얘기하신다. 매일매일 같은 말을 반복해서 듣지만, 내가 매일 전화하는 이유는, 엄마의 생생한 목소리도 언젠가는 끊어질 거고, 그 전에 많이 듣고 싶어서이다. 외우도록 들다보면 나중에 안들어도 머릿속에 생생하게 남아있지 않을까라는 작은 기대. 물론 엄마가 좋아하시니 전화 통화 5분 투자하는건 아들로서 당연한 도리라고 생각한다. 나아주시고 키워주셨는데... 우리딸도 매일매일 우리 아내에게 전화하면 좋겠다. 우리 아내가 나 없어도 심심하지 않도록.


오후에 안경점에서 업무용, 책읽기 용도의 안경을 새로 맞췄다. 최근들어 가까운게 잘 안보이더니 기존 안경으로는 노트북 글씨도 읽기 어렵다. 그렇다고 안경 벗고 컴퓨터 작업을 하면 눈이 너무 따갑고 피곤하다. 리딩용 안경을 맞추면 될 거라고 해서 기존 안경과 동일한 테(색깔은 좀더 진한걸로)로 하나 만들었다. 이젠 책읽고 컴퓨터 할때는 눈이 좀 편했으면 좋겠다.

일부러 휴대폰도 조금 보지만, 직업이 어쩔 수 없이 모니터를 하루종일 봐야하는 일이라서 눈이 나빠지는 걸 막을 방법이 없다. 종종 하늘을 보며 눈을 풀고, 인공눈물도 넣고, 눈 영양제도 먹지만 별로 혀과가 없는 것 같다. 일하는 시간만 딱 컴퓨터를 하고, 휴대폰은 가급적 삼가고, 아날로그 책 위주로 취미 생활을 바꿔야겠다. 우리 예쁜 딸과 아내를 오랫동안 맑은 눈으로 계속 보고 싶은데, 그 바램이 이어졌으면 좋겠다.



6월의 정리글이라고 제목을 달았지만, 6월에 대한 이야기가 거의 없는 글이 되었다.
6월에 뭐 특별한 일이 있었나...? 
음... 살이 좀 찐거, 주말에 한시간씩 하는 스타크래프트를 즐기는 거, 코로나가 계속해서 우리 주위에 맴돌고 있다는거, 우리딸이 한글을 아주 잘 읽게 되었다는거, 출퇴근 시간에 김어준의 뉴스공장을 들으면서 시사 상식을 넓히고 있다는 거.
이런게 나의 6월 이야기다.


나의 박원순 시장님, 삼가 고인의 명복을 빕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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