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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1/05/25 01:11

2010.12.29 구름터의 요르단 여행4 - 붉은 사막 와디룸에 두고온 것 2010 요르단 페트라

2010.12.29 붉은 사막 와디룸에 두고온 것

지난 밤에 일찍 잠든 탓에 새벽 세시에 눈이 떠졌다. 푹 잔것 같아 침대에 누워 아이패드로 글을 쓰며 빈둥거린다. 새벽시간의 고요함을 즐긴다.

아침식사를 하며 친구와 카카오톡으로 얘기를 나눈다. 아이폰으로 찍은 어색한 셀프 사진 몇 장 보내주고, 아침밥 먹는 이야기를 한다. 사람이 그리운 아침, 나의 인사를 반갑게 맞이해주는 친구의 존재가 너무 고맙다.
요즘에는 해외여행을 하더라도 자동 로밍은 기본이고, 대부분의 여행자 숙소가 와이파이를 무료로 제공해주어서 언제든지 한국에 있는 지인에게 연락할 수 있다. 몇년전 티벳으로 처음 여행을 나섰을 때, 집으로 전화하려고 저녁 내내 돌아다니며 고생한 기억이 새삼스럽다. 때로는 불편할 수 있겠지만, 가족과 벗에게 편리하게 안부를 전할 수 있다는 건 큰 장점이다.

업타운에 위치한 숙소 가까이에 위치한 미니버스 정류장에 가보니 암만 가는 버스, 아카바 가는 버스는 있는데 와디룸 가는 버스는 없단다. 아마도 와디룸으로 가는 사람들이 매우 적어서 그런 것 같다. 그곳에서 영업을 하시는 택시 아저씨와 약간의 협상 후 적당한 가격으로 합의, 택시에 오른다. 여기까지 왔는데 돈 아낀다고 사막을 두고 돌아갈 수는 없지.
혼자 여행다니면서 특히 아쉬울 때는 택시를 탈 때다. 둘이면 반, 넷이면 반의 반값에 이동할 수 있는데 혼자이기에 다 내야한다. 그래서 주로 밥값을 줄이게 된다. 숙소에서 아침밥을 챙겨먹고, 점심은 거르고 저녁 식사로 하루를 때운다. 열심히 돌아다보면 점심은 자연스럽게 거르게 되기도 하고.

King's way 도로를 지나 와디룸으로 가는 시간은 약 한시간 반. 와디무사의 절경이 펼쳐지는 곳곳에서 잠깐씩 택시를 세워 발아래 펼쳐진 태초의 자연을 감상한다. 옛날 바닷속 퇴적층이 융기하여 흙빛 바위산이 되었고, 오랜 시간 바람에 풍화되어 기하하적 형상의 옷을 입었다. 눈부시게 아름다운 곳에서 택시 기사 아저씨는 사진을 찍고 풍경을 감상하라며 갓길에 차를 세워주신다. 고마운 아저씨. 버스보다 택시가 좋을 때가 이런 거구나.

와디룸에 도착해 두시간짜리 짧은 투어를 선택해 4륜구동 차로 갈아탄다. 사막에 혼자 들어갈 수 없기에 어쩔 수 없이 꽤 비싼 비용을 지불해야 한다. 여행자로서 감수해야 할 몫이고, 이곳에서 생활하는 사람들의 삶의 기반일 수도 있기에 순순히 받아들인다.

먼저 방문한 곳은 '로렌스 우물', 영화 속 연못과 그 모습이 다르다. 솔직히 실망이다. 우물에 두레박 던져서 물을 떠올려 마시는 경험을 하고 싶었는데, 옆에 물을 머금고 있는 바위산 중턱에서 배관을 통해 물이 흘러내려오는걸 바라보는 것이다. 사막이기에 물이 나오는 게 신기하지만, 이곳 사막에서 며칠 묵은 목마른 사람이 아니고 아침에 커피까지 마시고 나왔다. 영화 속 로망을 찾아온 나같은 여행자에게는 살짝 실망스러운 장소. 로렌스의 우물은 사막 한복판이 아니라 입구 근처에 있기 때문에 그 감동이 덜해서 그런지도 모르겠다.

다음으로 이동한 곳은 와다룸의 중간 부분에 위치한 Khazali Canyon, 거대한 바위산이 우뚝 솟아 있다. 수천년 세월에 걸쳐 이룩한 자연의 걸작품, 지금도 조금씩 그 모습을 바꾸며 인간이 흉내낼 수 없는 신비로움을 만들어가고 있다.
직선, 네모, 동그라미로 정형화 되지 않은 각기 다른 모습의 기하학적 구성. 반듯하고 평평한 것에 익숙한 나에게 와디룸 사막의 암석은, '정해진 것은 없다. 네 스스로 너의 길을 가라'고 말해주고 있다.

붉은 사막의 모래를 손으로 움켜 쥐어본다. 따뜻한 느낌이 좋다. 내 손에 쥐어진 작은 모래의 나이는 나보다 억만배 많을거다. 손끝으로 모래의 시간을 느껴보지만, 떠오르는 이미지는 없다. 화려한 사막의 모습에 넋을 잃을 뿐.

마지막이면서 세번째코스는 모래언덕 오르기. 앞선 장소에서 사진을 찍으며 멀리 바라 본 모래언덕을 나보고 올라보란다. 이곳에 온 모든 사람들이 다 오르고 있다. 눈짐작으로 경사가 40도는 되어보인다. 높은 경사를 어떻게 올라야하나 걱정을 했는데 발이 푹푹 빠지는 모래가 계단 역할을 해준다. 다행스레 미끄러질 일은 없구나. 문제는 평평한 모랫길도 걷기 힘든데 언덕을 오르라니!

숨이 차서 뒤돌아보면, '에게 겨우 이만큼 온거야?'
다시 숨을 몰아쉬고 뒤를 돌아보면, '헉! 아직도?'

어제 저녁 수도원에 가기 위해 오르던 페트라의 골짜기가 생각난다. 언제까지 가야할 지 모르는 상태의 막막함도 힘이 들지만, 고지가 바로 저 위인데 몸이 마음처럼 안 움직일 때의 답답함도 힘이 든다.
여러번을 멈춰서서 쉬고가기를 반복한 끝에 드디어 정상등극!
턱밑까지 차오르는 숨을 가쁘게 몰아쉬느라 경치볼 여유가 없다. 숨넘어갈듯한 기침을 토해내고, 물한모금 마신 후에 큰 호흡을 몇번 하고 나서야 두 눈에 들어온 풍경이 느껴진다.

'아아... 광활한 대자연의 아름다움이여.'
(나는 문학을 하는 사람이 아니기에 이 표현으로 만족 하자.)

누가 사막을 황량하다고 했던가, 이곳 와디룸의 사막은 자연이 빚은 아름다운 조각품의 전시장이다. 구름 사이로 비집고 들어오는 햇빛이 조명이 되어 품위를 한껏 높여준다. 태초의 지구가 이런 모습이었을까?

짦은 와디룸 사막 투어를 마치고, 택시를 타고 페트라로 돌아오는 중에 문득 떠오르는 것이 있어 자리를 살펴보니, 앗! 모자가 없다. 사륜구동차에 놓고 내린게 틀림없다. 이미 와디룸에서 한참을 달려왔는데... 돌아간다고 해도 그 가이드 청년을 다시 찾기도 어려울테고... 일당 페트라 숙소로 가서 생각을 정리해 보자.

눈물이 핑 돈다. 오래전부터 여행의 동반자로 삼은 친구였는데 이렇게 허무하게 이별을 하다니. 1년에 한번, 여행 할때만 쓰던 소중한 친구를 잃었다. 늘 곁에 있을거라고 믿고, 무심했던 내 잘못이다. 누군가에게는 지저분한 싸구려 벙거지 모자이겠지만, 내 여행의 정체성을 만들어준 녀석이었는데.
법정스님께서 말씀하신 무소유 정신을 줄곳 떠올리려고 노력하지만 쉽게 머음이 풀어지지 않는다. 길들여진 것과 이별을 한다는 것, 사람이 아닌 물건과의 이별이 이렇게 큰 충격일 줄이야. 이전 여행에서도 잃어버린게 늘 있었지만(나는 잘 잃어버린다) 그때는 그러려니 넘어갔다. 소중한 것이 아니었으니까. 두고 온 모자는 소중한 친구다. '내' 모자!!! 엉엉

숙소로 돌아와 놀란 감정을 추스리고 밖으로 나온다. 모자가 없으니 너무 허전해 헤드폰을 써본다. 음악이 울려퍼지지만 귀에 들어오지 않는다. 익숙한 노래임에도 불구하고.

남은 오후시간은 내 사랑 페트라의 알카즈네를 바라보는 것으로 결정한다. 발 상태가 좋지 않아 많이 걷기도 무리인 듯 하고, 모자를 잃은 허탈한 마음을 꿈에서 그리던 여행지 알카즈네에게서 위안을 삼고 싶다. 여기까지 잘 왔잖아. 힘내자.

비가 온다. 아침부터 흐리긴 했지만 이곳에 비가 오다니. 운이 좋아서 별이 빛나는 밤의 페트라. 푸르게 맑은 날의 페트라, 보슬비 내리는 날의 페트라를 모두 만나고 있다.
비를 피할 수 있는 바위 틈에 자리잡고 앉아 지나는 사람들을 바라본다. 비싼 입장료에도 불구하고 이곳을 찾는 이유는 고대왕국의 비밀과 함께 자연의 경이로움을 느끼고 싶어서일거다. 겉모습만 치장한 인위적인 건축물과 유흥으로는 관광산업이 만들어질 수 없다.
영혼이 느껴지는 곳, 자연의 영혼이든, 고대 장인들의 영혼이든, 내가 가본 훌륭한 여행지에는 숙연함을 느끼게 해주는 무언가가 있었다.
지금 우리나라의 모습을 생각한다. 역사 유적이 없는 여행은 감동이 없다. 오랜 역사가 느껴지는 좋은 관광자원이 많이 개발되어 호기심 많은 가난한 여행자들이 행복한 마음 가득 안고 한국 여행 오기를 희망한다.

< PeaceWay Hotel(Guest house)에서 제공해주는 아침 식사. 변함 없는 맛입니다. >
< 학교인데 운동장에 아무도 없네요. 수업 중인가 봅니다. >
< 택시를 타다가 잠깐 내려 와디무사의 절경을 감상합니다. 사진기 프레임의 한계를 절감하는 장소이기도 하지요. 눈이 호강하고 있습니다. >
< 사막에도 비가 와요. 잠깐 내리다 그친 비는 다음날 제법 많이 옵니다. >
< 와디 룸 사막을 향해 고고씽! >
< 사륜구동 자동차로 갈아타고 짧은 투어를 시작합니다. 꽤 긴장했습니다. 너무 멋있으면 어쩌나 하는... >
< 쨔쟌!!! 어떤 사진을 골라서 올려야할지 몰라 그냥 다 올립니다. 붉은 사막! >
<  Khazali Canyon인 것 같습니다.(가이드북에서 확인했지만 틀릴 수 있음) 이곳을 다시 방문할 기회가 생긴다면 천막 숙소에서 하룻밤 묵고 싶습니다. 이날은 날씨도 흐리고 바람도 불고... 가장 커다란 문제는 휴가 일정이 짧아서 불가능 했던거죠. >

< 바위산을 가까이보면 이런 모습입니다. 자연의 시간이 느껴지나요? >
< 모래 언덕을 열심히 오르는 여행자들. 그 뒤를 병풍처럼 가득 메운 와디 룸. 이 사진을 찍을 때 까지만해도 제가 저 곳을 오를거라곤 생각하지 않았습니다. >
< 붉은 사막의 시간의 모래 >
< 사막이 아름답다는 것을 이제서야 알게 되었습니다. 부족한 사진 실력이 아쉽네요. >
< 시작은 자신감 충만하였으나..... 허벅지 근육이 파열되는 듯한 극한 고통을 느꼈습니다. >

< 정상에 오른 자의 여유로움. 하하하 >
< 비슷한 사진이 많은데 자꾸 올리게 됩니다. 눈이 즐거우니까요. >
< 태초의 지구가 이런 모습이었을까요? 사람의 손길이 닿지 않은 신비로움 >
< 사랑하는 가족과 이곳에서 함께 말달리기를 꿈꿔봅니다. >
< 사막 투어를 마치고 다시 페트라로 돌아왔습니다. 척박한 환경에서도 생명은 자랍니다. 우리도 자랍니다. >
< 지나는 사람들과 남은 사람들. 그들에게 페트라의 알카즈네는 어떤 의미일까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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