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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8/08/16 19:18

2008년 8월 8일 하늘을 향해 손짓을 하고 있는 모론다바의 바오밥 나무 2008 마다가스카르

2008년 8월 8일 하늘을 향해 손짓을 하고 있는 모론다바의 바오밥 나무

토요일 아침에 집을 출발했으니 집떠난지 일주일이 지난 셈이다.
목적지인 마다가스카르에 도착한지 4일째가 되었고, 수도 안타나나나리보를 벗어나는 첫날이기도 하다. 아침 일찍 숙소를 빠져나와 Ivato공항에서 모론다바(Morondava)행 비행기를 탄다. 자리가 거의 남지 않은 것을 운좋게 예약했다고 해서 그래도 적잖이 큰 비행기일거라고 예상했는데, 막상 공항 직원을 따라 오른 비행기는 10명 남짓한 자리가 있는 프로펠러 경비행기다. 무섭게시리.......ㅜ.ㅜ
이제와서 안탄다고 할 수도 없고, 다른 사람들도 당연하다는 듯 자리에 앉기에 나도 할 수 없이 비행기에 오른다. 하긴 150유로라는 비싼 가격을 지불한 티켓인데 이제와서 무섭다고 안탈 수는 없지. 네팔 포카라에서 카투만두까지 이동하면서 탔던 비행기보다 더 작다. 그 비행기 이후로 다시는 경비행기를 타지 않으리라 다짐했는데...
< 이렇게 작은 비행기일 줄이야.. 웃는게 웃는게 아니야. >
< 바오밥 나무들이 보인다. 우와 많다. >

아무튼 우리의 에어 마다가스카르 경비행기는 당연하겠지만 아무런 문제 없이 모론다바 공항에 도착한다. 비행기안에서 내려다보는 마다가스카르 섬의 모습이 이채롭다. 사람의 손길이 닿지 않은 고원 지대에는 붉은 흙과 건기라서 듬성듬성한 나무의 푸른 모습이 적절히 조화를 이루어 자연이 빗어내는 아름다운 예술 작품을 만든다. 세상에서 가장 위대한 예술가는 바로 자연 그대로의 모습이 아닌가 싶다.
이륙한지 한시간이 지나면서 저 아래 땅에는 한 눈에도 저거다!라고 손짓할 수 있는 바오밥 나무가 곳곳에 보인다. 점점 많아지더니 드디어 모론다바 공항에 도착.

택시를 타고 마다가스카르 현지 친구 중의 한명인 Vola가 가르쳐준 Arche De Noe로 가본다. 여러개의 방갈로가 있는 호텔로 한 방갈로를 안내해주더니 하룻밤에 5만 아리아리 라고 얘기한다. (우리돈으로 3만원) 뭐 그정도면 괜찮겠거니 싶은데 택시 드라이버 아저씨 여기 좀 비싸다고 다른데 안내해주겠다고 한다. 음.... 살짝 망설이는 나...
그러니 주인 아저씨 4만에 깎아줄께... 다시 망설임... 좋아 3만5천!
더 이상 대답 안하면 당장 나가라고 그럴 것 같아서 오케 싸인을 보낸다. 하룻밤 2만원에 바다를 코앞에둔 방갈로라니....
가만히 방갈로 안에만 있어도 시원한 바닷바람과 파도소리를 느낄 수 있는 아주 멋있는 곳이다.
< 바다를 향해 활짝 열려있는 숙소 아치 드 노에 (이렇게 읽는게 맞나요?) >

< 문만 열면 이런 아름다운 바다가 눈앞에 펼쳐집니다. 우와~>
< 방갈로 내부는 여느 숙소와 다를바 없다. 넓고 아늑했던 곳. 하지만 밤에는 엄청 추웠다는 거 >
< 모론다바 거리 풍경. 의외로 작고 소박한 거리의 모습에 놀랐다. >
< 어이 자네, 이리 와서 이 수레(?) 사진 좀 찍어주지 그래? >
< 옆집 아저씨, 애마 스쿠터에 탄 모습을 찍어달라신다. 찰칵! >

짐을 대충 내려놓고 맨발에 슬리퍼 차림으로 해변가를 걸어본다. 부드러운 모래... 너무나 고와서 발에 묻는가 싶더니 금새 바닷물에 씻겨 내려간다. 새하얀 실크 위를 밝는 듯한 포근하고 따뜻한 느낌.

카메라를 들고 셀카도 찍고 바다도 찍으면서 신나게 놀고 있는데, 역시 동네 꼬마 아이들이 하나둘 모여 사진기에 시선을 집중한다. 한명 한명 사진을 찍어 즉석으로 인화해서 건네주니 신기하면서 너무 좋아하는 아이들. 아이들이 점점 불어나더니 도저히 내가 감당 못할 정도가 되버린다. 게다가 아줌마들도 나오시고.. 아줌마의 무서움을 잘 알기에 아주머니에게는 군말 없이 사진을 예쁘게 찍어 한장씩 드린다.

그리고 나서는 식사시간도 다 됐고 갖고 있는 필름이 다 동이나버릴까봐 점심 먹는다는 핑계로 도망을 나온다. 인화지에 조금 여유가 있었더라면 아낌없이 모두 찍어주고 싶지만 현실이 그렇지 못하니 아쉬운 선에서 마무리를 지어야한다. 얘들아 내일 또 찍어줄께. 내 뒤를 졸졸 쫓아다니는 아이 둘이 너무 귀엽다. 마음 같아서는 함께 차를 타고 가서 바오밥 나무 밑에서 놀면 재밌을텐데 아이들 부모님께서 걱정하실테니 그럴 수 없고, 그렇다고 졸졸 나를 쫓아오는 아이들을 타일러서 집으로 보낼 수 있는 대화가 통하는 것도 아니고... 참 안타까운 상황이다. 내 비상 간식인 방콕에서 가져온 말린 망고를 한움큼씩 쥐어주고 나서야 아이들은 목적달성을 했다는 듯 집으로 돌아간다. 아이들에게는 뭐니뭐니해도 먹을거가 최고인가 보다.
< 아리따운 숙녀 분들 먼저.. 후후후 ^^v >
< 검게 그을린 피부가 매력적인 숙녀 아가씨 >
< 모두모두 다 함께 >
< 우리는 쿵푸 친구 >
< 아줌마의 밝은 미소가 기분을 즐겁게 한다. >

시내를 한바퀴 둘러보는데 걸어서 삼십분이면 다 돌아볼 정도로 굉장히 작다. 그래도 바오밥으로 가기 위한 전진기지인데 이렇게 규모가 작다니, 의외의 소박한 크기에 잠시 어리둥절 한다. 모론다바는 크게 두개의 지역으로 구분될 수 있는데, 하나는 공항 근처에 있는 지역이고 다른 하나는 이곳 바닷가 근처이다. 소박하게 사는게 어쩌면 당연한건데 내가 너무 도시화된건 아닌가 싶다.

바다에 왔으니 바다의 음식을 먹어야겠지. 근처 괜찮은 레스토랑에 들어가 잘 모르는 프랑스어 메뉴판을 들척이다가 그냥 입구에 붙어있는 오늘의 메뉴를 주문한다. 잘 모를때는 추천 메뉴를 먹는게 가장 안전하다는 경험이랄까...
< 무슨 물고기인지는 모르겠지만 어쨌든 바닷가에 왔으니 생선 스테이크를 >

뱃속에 뭐가 들어가니 이제 좀 살 것 같다. 꽤 큰 물고기 스테이크는 우리나라 고등어 맛이다. 나 고등어 좋아하는데 ^^;
배불리 식사를 하고 택시 아저씨(이곳은 택시 아저씨가 가이드도 겸함)와 약속된 시간이 되어 숙소로 돌아간다. 드디어 바오밥이다. 언제부터 바오밥을 동경하게 되었는지는 기억이 잘 안나지만, 이 나무의 사진을 볼 때마다 이 세상의 것이 아닌, 어쩌면 어린 왕자가 자기 별을 가득 채우게 될지도 모르는 바오밥 나무를 몰래 지구에 옮겨 놓고 가지는 않았을까 라는 엉뚱한 상상을 해본다. 이곳 지구에 온 어린왕자가 바오밥 씨앗을 몰래 심었다는 건 어쩌면 나만 아는 진실인지도 모른다. ^^;

시내를 벗어나 울퉁불퉁한 도로를 타고 한시간 정도 이동하니 드디어 내 눈에 펼쳐지는 자연이 만든 스크린에 바오밥 나무들이 하나둘 등장하게 시작한다.

오..바오밥..

여기도 바오밥 저기도 바오밥.. 바오밥 바오밥 바오밥

이곳이 겨울이라고는 하지만 따뜻한 날씨이기 때문에 다른 나무들은 푸른 녹음을 자랑하는데, 이 바오밥은 이 따뜻함이 적응이 안되는지 앙상한 가지만을 내놓고 있다. (분명히 어린왕자가 몰래 옮겨 심은게 확실해.. 흐흐)

사진 속으로만 보아왔던 바오밥 거리에 서게 되니 그 현실이 믿겨지지 않는다. 차마 손으로 만질 수 없는 바오밥들. 왠지 손을 대고 나면 당연한 나무의 하나로 인식될지 모른다는 막연한 불안감에 두 눈을 기둥 앞에 대고 눈으로 그 감촉을 상상한다. 바오밥 바오밥 바오밥 그 이름이 참 좋다.
< 바오밥 나무다. 이곳에 오다니 꿈만 같다. >
< 바오밥 트리오 >
< 바오밥 반상회. 분임토의 중 >

< 바오밥 거리에 왔습니다. >
< 햇볕을 많이 받으면 붉은 빛을 띈다고 한다. >
< 바오밥 가족. 열매가 땅에 떨어지고 수십년이 지나면 다음과 같이 아기 바오밥 들이 자란다. >
< 바리톤 바오밥 >
< 베이스 바오밥 >
< 소프라노 바오밥 (당연히 내 마음대로 이름 지은거다. 오해 마시길) >
< 파란 하늘, 그리고 바오밥 >
< 바오밥 열매 >
< 마지막 피날레를 준비하듯 양팔을 벌려 최고조에 오르는 바오밥 나무들 >
< 이곳에 오면 누구나 사진 작가가 되고 시인이 된다. 아무렇게나 찍어도 이런 작품스러운 사진이 나오는 곳 >
 
오후 내내 바오밥과 함께 즐거운 시간을 보내고 함께 석양을 지켜본다. 너무나도 아름다운 바오밥의 석양이여....
바오밥에게는 수백년을 살아오면서 매일같이 보았을 저 석양이겠지만, 나에게는 오늘의 이 석양이 내 평생 단 한번 밖에 없을지도 모르는 의미있는 시간이다. 바오밥을 뒤로하고 차에 오르니 바로 앞에 빨간 별하나가 석양 속에서 반짝이고 있다. 마치 어린왕자가 살고 있는 별처럼. 별에 있는 꽃은 여전히 까칠할까 모르겠다. 상자 속 작은 양은 혹시 그 상자 속을 못벗어나고 있는건 아닌지...

주위에 좋은 사람들을 두고 혼자 이곳에 와서 아름다운 모습을 보고 있노라니 많이 미안한 생각이 든다. 숙소로 돌아오는 길 밤하늘에 반짝이는 별들을 세어보며 마음속으로 그들의 안녕과 평화를 기도한다.
< 모론다바의 밤. 달빛, 별빛, 파도소리가 어우러져 신비로움을 자아낸다. >
< 모론다바의 은하수. 하트 별자리를 찾아보아요. >

그리고, 이번 여행 찍은 사진 중에 가장 내 마음에 든 사진. 카메라를 세로로 찍으면 오른팔이 하트를 만든다는 걸 처음 알았다.



덧글

  • 딱따구리 2008/08/17 00:51 # 삭제 답글

    무사히 다녀왔구나. ㅎㅎ 얼렁 얼렁 올려줘...
    전화기가 꺼져있어서 아직 한국에 오지 않았나 했다..
  • 구름터 2008/08/17 02:41 # 답글

    남곤군 지금 방콕이야. 방콕 숙소에서 정말 방콕하면서 작업하는 중. 더워서 밖에 나가기도 싫어 ^^;; 글구 전화기 또 잃어버렸음 ㅜ.ㅜ 여행 갈때마다 잃어버리네
  • 딱따구리 2008/08/17 03:37 # 삭제 답글

    그렇구나.. 잘하면 만날수도 있었을텐데...!! 한국이 아닌 다른곳에서 만나는것도 색다른 경험일텐데 말이야.. ㅋㅋ 아쉬워...
    사실은 갑자기 휴가가 잡혀 비행기 티켓을 못 구해서 이러지도 저리지도 못하고 발당 동동 거리고 있다.. 내일은 인천공항에 무대뽀로 나가볼까도 생각중...!
    원래 계획은 방콕-치앙마이-앙코르와트 였거든.. ㅋ

    아..나도 카오산 로드에서의 열대과일 쥬스 한잔 생각난다!

    오늘 IN 이구나...끝까지 몸 조심!
    (그리고 선물 잊지마 ㅋㅋ)
  • 라키 2008/08/18 00:07 # 삭제 답글

    귀국 환영! 여행은 잘 다녀오셨어요?
    바오밥나무랑 하늘이 참 예뻐요~ 별도 너무 잘 찍혔고.. 우아~
    저도 어딘가로 떠나고 싶은 마음이 물씬 드네요..흐흐 ^^;
  • liesu 2008/12/20 19:30 # 답글

    현실에 존재하지 않는 세상같아요. 특히, 저 바오밥 나무는. 사진 잘 보고 갑니다. :)
  • 구름터 2008/12/24 00:24 #

    저도 꿈꾸고 온 것 같아요. 새벽부터 해질때까지 가만히 앉아 있어도 너무 행복할 것 같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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